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3-12-06 16:23:26 , Hit : 8002
 후손에게 전달되는 공포의 기억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3120078&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12-06      
          
마우스를 대상으로 실시된 동물실험 결과에 의하면, 특정 공포는 후손에게 - 최소한 2세대 동안 - 전달될 수 있다고 한다(참고논문 1). 저자들은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인간의 불안과 탐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번 연구결과를 의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통념에 따르면, 후손에게 전달되는 생물학적 정보의 유일한 원천은 「DNA에 포함된 유전자 염기서열」이다. DNA에 일어난 무작위 돌연변이가 생존에 유리할 경우, 해당 생물체는 환경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지만(자연선택), 이는 오랜 세대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환경요인도 후성학적 변화를 통해 - 염기서열의 변동 없이 - 유전자 발현에 신속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예컨대,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40년대에 네덜란드인들은 지독한 기근에 시달렸는데(Dutch Hunger Winter), 이때 엄마의 뱃속에 있던 아기들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 - 아마도 관련 유전자에 후성학적 변화가 일어나 - 당뇨병, 심장질환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했다고 한다(참고논문 2). 그러나 후성학적 변화는 특정 과정(예: 발육, 여성의 X 염색체 중 하나가 불활성화되는 바소체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특정 행동의 유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도시빈민들은 약물중독, 정신신경질환 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자녀들에게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의 케리 레슬러 교수(신경생물학/정신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도시 빈민층을 대상으로 연구를 해오던 중 후성학적 변화의 유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시 빈민들에게 일어나는 이 같은 부정적 현상은 대를 이어 반복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깨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인간에게 나타나는 행동변화에 대해 생물학적 원인을 찾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레슬러 교수는 동료 브라이언 디아스 교수와 함께, 아세토페논(acetophenone: 체리, 아몬드 향이 나는 화합물) 냄새를 맡으면 공포를 느끼도록 조건화된 실험쥐를 실험대상으로 선택했다. (두 사람은 작은 방에 아세토페톤 냄새를 피운 다음, 수컷 마우스에게 약간의 전기자극을 줬다. 그리하여 이 마우스들은 아세토페논 냄새를 통증과 결부시키게 되었고, 종국에는 전기자극 없이 아세토페논 냄새만 풍겨도 온몸을 부르르 떨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공포의 기억`이 새끼들에게 대물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12월 1일자 Nature Neuroscience(온라인판)에 기고한 논문에 의하면, 조건화된 마우스의 새끼들은 - 아세토페논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 아세토페논 냄새만 맡으면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고 한다. 나아가 이 같은 `공포의 대물림`은 3대째(손자)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문제의 마우스에게서 정자를 채취하여 인공수정을 통해 탄생한 새끼 마우스도 마찬가지 공포를 겪었으며, 암컷 마우스를 대상으로 동일한 시험을 반복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두 과학자가 이끄는 연구진은 관점을 바꾸어, 후각을 담당하는 뇌 부분의 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아세토페논에 민감한 마우스와 그 후손들은 대조군 마우스에 비해 특정 뉴런(냄새를 탐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용체 단백질을 생성하는 뉴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세토페논 탐지 뉴런으로부터 후각신호를 전달받아 이 신호를 뇌의 다른 부분(예: 공포 인식을 담당하는 부분)에 전달하는 구조체의 크기도 훨씬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자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해 본 결과, 아세토페논을 감지하는 유전자의 메틸화 수준이 감소하여, 배아발생 과정에서 관련 후각수용체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연구진은 "DNA의 메틸화가 `공포의 기억`을 유전시키는데 기여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DNA 메틸화란 일종의 가역적인 화학적 변형으로, DNA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고서도 특정 유전자의 전사(transcription)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아니나 다를까,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놓고 극명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경이로움을 표시하면서도, 후성학적 변화가 생식세포를 통해 자손에게 전달되는 메커니즘에 대해 궁금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예컨대 앨라배마 대학교의 데이비드 스웨트 교수(신경생물학)는 이번 연구를 가리켜 "지금껏 발표된 실험실연구 중에서, 획득형질이 후성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후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엄밀하고 효과적으로 설명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스웨트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후성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티모티 베스터 교수(분자생물학)는 스웨트 교수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DNA 메틸화는 아세토페논을 감지하는 단백질의 생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 왜냐하면 메틸화에 의해 제어되는 유전자의 대부분은 프로모터(DNA 시퀀스에서 유전자에 선행하는 부분) 지역에 메틸화가 일어나는데, 아세토페논을 감지하는 유전자는 프로모터 지역에 뉴클레오티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메틸화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트레이시 베일 교수(신경과학)는 "이번 연구의 저자들은 후천적 경험이 생식세포에 후성학적 표시를 남기고 이를 유지시키는 메커니즘을 밝혀야 한다. `인간의 생식세포는 가소성이 매우 크고, 환경변화에 대한 반응성이 크다`라고 대충 얼버무려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상과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레슬러 교수와 디아스 교수의 신념은 확고하다. "인간의 경우, 행동과 관련된 후성학적 변화를 후손에게 물려준다. 예컨대 부모가 느끼는 불안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에 후성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이것은 후세의 자손들에게 전달되어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서, 당분간 실험실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연구진의 당면과제는 `아세토페논 감수성이 얼마나 오랫동안(몇 세대 동안) 지속되며, 이 감수성을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타나 분자 메커니즘을 제시할 때까지, `후성학적 변화가 유전된다`는 사실에 대한 회의론은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 참고논문
1. Dias, B. G. & Ressler, K. J. Nature Neurosci. http://dx.doi.org/10.1038/nn.3594 (2013).
2. Heijmans, B. T.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05, 17046?17049 (2008).



http://www.nature.com/news/fearful-memories-haunt-mouse-descendants-1.1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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