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08-01-08 14:16:30 , Hit : 5238
 DNA를 거치지 않는 유전의 경로: RNA Cache

KISTI 『글로벌동향브리핑(GTB)』 2008-01-05

미국 퍼듀 대학의 로버트 프루이트(R. Pruitt) 교수는 애기장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존의 유전법칙을 뒤흔드는 새로운 결과를 얻어, Nature 2005년 3월 24일호에 발표한 바 있다. 멘델에 의해서 처음으로 관찰된 유전의 법칙은 매우 명확하다. 핵의 염색체, 미토콘드리아, 그리고 엽록체에 들어 있는 게놈 안의 DNA를 통하여 부모로부터 자손으로 생명 정보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유전법칙이 성립되려면, 식물마다 각각 부모로부터 받은 한 쌍의 유전자가 있어야 한다. 만약 유전자가 모두 부족하거나 없으면 그 식물은 꽃잎과 잎사귀가 함께 붙어버리는 등 기형 식물이 되고 만다. 프루이트 교수는 유전자 결함이 있는 두 그루의 애기장대를 교배시켰다. 당연히 꽃잎과 잎사귀가 모두 붙어 있어야 하는데, 열 그루 가운데 한 그루 꼴로 정상적인 애기장대가 나타났다. 어떻게 부모에게 없는 유전자가 자손에게서 나타날 수 있을까? 프루이트 교수는 ‘캐쉬(cache)’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이 현상을 설명하였다. 캐쉬란 컴퓨터의 CPU에 내장되어 있는 임시저장소로서, CPU가 명령을 처리할 때 처리할 게 많아지면 처리하는 내용을 잠시 캐쉬에 저장한다. 그에 의하면, 예전에 방문했던 웹 페이지를 저장하고 있는 웹브라우저의 캐쉬파일 처럼, 세포의 어딘가에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치유능력이 저장되어 있어서 이것이 유전자의 결함을 보완해 주는데, 이 저장소가 바로 「RNA 캐쉬」라고 한다.(과학의 향기 307호)
프루이트 교수의 연구결과를 접한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형태의 유전정보 전달이 다른 생물체에도 흔히 존재하는가에 대하여 깊은 호기심을 갖고 다각적으로 연구해 왔다. 이와 관련하여, 프린스턴대학의 생물학자들은 최근 Nature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 섬모충류의 하나인 Oxytricha trifallax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하여 RNA 캐쉬의 존재를 확인하였다고 발표하였다. Oxytricha trifallax는 습지에 사는 원생동물로서 DNA의 재배열(DNA rearrangements)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후생유전학적 현상의 연구에 이상적인 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전형적인 인간세포는 관제탑(control tower) 역할을 하는 핵을 하나만 보유하고 있지만 Oxytricha trifallax는 두 개의 핵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는 체세포핵(somatic nucleus)으로서 모든 非생식적 기능을 수행하는 DNA를 포함하며, 또 하나는 배선핵(germline nucleus)으로서 인간의 정자나 난자와 같이 생식에 필요한 DNA를 포함한다. 두 개의 세포가 교배를 하면 체세포핵은 파괴되어 재구성되는데, 그동안 배선핵에 포함된 DNA는 산산조각이 되어 95%는 파괴되고 그 중의 5%만이 순열(permutation), 즉 자리바꿈(inversion)을 통하여 재배열된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서도 수십만 개의 DNA 조각들은 항상 정확하게 선택되어 새로운 DNA를 구성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프로그램화된 DNA 단편의 재배열」이 母세포의 핵으로부터 유래하는 RNA 주형(template), 즉 RNA 캐쉬에 의해 인도된다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연구진은 먼저 RNA 캐쉬라는 개념이 타당한가를 테스트하기 위하여, 생식이 일어나기 전에 RNA 간섭(RNAi)을 이용하여 특정 RNA를 파괴하였다. 그 결과 발생과정이 교란되었으며, DNA의 재배열이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연구진은 다음으로, RNA 주형이 발생과정의 초기에 존재하며, DNA 재구성의 설계도를 제공할 만큼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세 번째 시험에 도전하였다. 연구진은 새로운 패턴을 포함하는 인공적인 RNA 주형을 만들었다. 이 주형에 포함된 정보의 내용은 예컨대 1-2-3-4-5라는 유전정보 중에서 두 개의 순서를 바꾼 1-2-3-5-4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주형을 발생중인 세포에 주입한 결과 연구진이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즉, 주입된 RNA 주형은 DNA의 재배열 순서를 재프로그래밍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RNA 주형이 게놈의 재배열을 인도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최근 인간게놈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 되었고, 그 뒤를 이어 이른바 포스트게놈 시대가 도래면서 유전자 조절기작을 밝혀내는 새로운 연구학문으로 후생유전학(Epigenetics)이 대두되고 있다. 게놈연구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하여 의학에 적용하거나 신약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기능과 조절기작이 우선 밝혀져야 한다. 현재까지는 DNA 염기서열의 변화에 의해 형질의 변화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DNA의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더라도 유전자의 기능이 변화하며 이 변화가 유전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후생유전학은 바로 이러한 현상, 즉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유전자발현과 같은 기능의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알아내는 새로운 영역의 학문이다.(GTB2007120023)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적 과정은 「DNA의 메틸화」, 「공유결합(아테틸화, 인산화, 메틸화 포함)을 통한 히스톤의 변화」, 「스플라이싱(splicing)」 등이다. 이번 연구는 RNA가 DNA의 정확한 배열에대한 정보를 갖고 있음을 밝힌 것으로서, 유전적 정보가 RNA를 통해서 자손에게 전달되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DNA를 거치지 않고 일어나는 후생유전학적 메커니즘의 또 다른 사례를 제시한 것으로서, 연구의 범위가 포유류의 세포로 확장될 수 있다면, 새로운 유전자조작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유전공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SOURCE: "RNA-mediated epigenetic programming of a genome-rearrangement pathway", Nature advance online publication 28 November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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