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07-05-23 10:38:58 , Hit : 6991
 인간과 헤르페스바이러스는 공생관계?

모든 인간은 아동기에 다양한 헤르페스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급성감염 후에 헤르페스바이러스는 잠복기(휴면상태)에 들어간다. 잠복기는 뚜렷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숙주의 일생 동안 지속되며, 이는 숙주를 바이러스의 재활성화 및 질병재발의 위험에 노출시킨다. 워싱턴대 의대의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잠복상태에 있는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숙주의 면역체계를 변화시켜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는 인간과 헤르페스바이러스의 공생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다양한 종류의 세균들이 인간의 위장관 내에서 공생해 온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상피세포(피부, 목구멍, 장)의 표면이 아닌 다른 부위에서 공생하는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과학자들은 종전에는 천연두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하여 백신을 사용했으며, 현재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헤르페스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백신이 사용중이거나 임상시험 중에 있다. 인간 헤르페스바이러스(HPV)에는 구강 및 성기 헤르페스바이러스, 수두바이러스,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카포시육종 바이러스 등이 포함된다. 이 바이러스들은 초기 급성감염기에는 열, 물집 등의 증상을 일으키지만, 그 다음에는 잠복기로 들어간다. 때로는 증상이 전혀 없는가 하면, 때로는 주기적으로 악화되었다가 휴지기로 들어간다. 더욱이 HHV6와 HHV7와 같은 악명이 높지 않은 바이러스는 대부분의 인간을 감염시키지만 어떠한 특별한 증상도 일으키지 않는다.
연구진은 인간의 바이러스(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카포시육종 바이러스,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와 유사한 계열에 속하는 마우스의 헤르페스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연구하였다. 마우스의 바이러스가 급성기로부터 잠복기로 전환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동안, 연구진은 잠재적 감염이 숙주에게 예기치 않은 이익을 줄 지도 모른다는 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연구진이 헤르페스에 감염된 마우스를 두 가지의 세균(페스트균, 리스테리아균)에 노출시킨 결과, 만성 헤르페스 감염이 세균의 복제를 늦추고 마우스의 죽음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헤르페스가 급성기에 있는 동안에는 이러한 보호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이 돌연변이 바이러스(감염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잠복할 수 없는 바이러스)를 사용한 결과, 역시 세균에 대한 저항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보호효과는 두 가지의 종류의 마우스 헤르페스바이러스에게서 발견되었다.

연구진은 마우스의 면역계가 인터페론 감마와 같은 단백질호르몬의 생성을 증가시킴으로써 헤르페스 잠복감염을 조절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찾아내었다. 인터페론 감마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생성되며, 면역계의 세포들에게 "눈을 부릅뜨고 외계의 침입자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며 무기를 준비하라"는 황색경보를 발령하는 역할을 한다. 선행연구에서 다른 과학자들은 인터페론 감마가 일부 세균에 대한 면역계의 투쟁을 도와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바이러스가 면역계를 자극하여 보다 많은 인터페론 감마를 생성시킴으로써 잠복기로부터 깨어나는 것을 스스로 억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가 잠복상태를 유지한다면 숙주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새로운 숙주에게로 옮겨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헤르페스바이러스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는 인간에게 해롭거나 또는 - 고작해야 - 당분간 침묵을 지킬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에 대한 제 3의 의견을 제시한다. 만성 헤르페스감염(잠복감염)은 인터페론감마의 증가와 대식세포(macrophage)의 활성화를 통하여 선천성면역(innate immunity)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헤르페스바이러스와 인간은 상리공생(相利共生)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헤르페스바이러스를 무턱대고 제거할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위험과 이익을 신중히 저울질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면역연구에 광범위한 시사점을 던진다. 인간과 기타 포유류는 수백만 년 동안 바이러스를 몸에 지닌 채 진화해 왔다. 연구진에 의하면, 바이러스 감염이 인간의 면역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는 백신, 자가면역질환 등을 연구할 때 바이러스가 없는 동물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그릇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성 바이러스감염은 인간의 정상적인 면역반응을 부분적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동물을 모델로 한 시험결과를 인간의 질병에 적용할 때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SOUECE: "Herpesvirus latency protects the host from bacterial infection: latency as mutualistic symbiosis", Nature, May 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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