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5-03-18 13:26:21 , Hit : 970
 생명탄생의 수수께끼를 해결한 화학자들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5030270&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3-18  
    
생명의 기원은 일련의 역설들로 가득 차 있다. 생명 탄생이 시작되려면, 유전물질(예: DNA, RNA)이 존재하여 단백질 생성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단백질은 생명체의 견인차 노릇을 하는 분자다). 그러나 현대의 세포들은 단백질의 도움 없이는 DNA나 RNA를 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상의 모든 분자들이 지질(fatty lipids) 없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포가 내용물을 보존하려면 세포막이 있어야 하는데, 이 세포막을 구성하는 것이 지질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지질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효소가 필요한데, 이 효소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유전물질 없이는 생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과학자들은 이상과 같은 역설들을 해결한 것 같다. 한 무리의 화학자들은 3월 16일 발표한 논문에서, "(초기 지구에 풍부하게 존재했던) 한 쌍의 단순한 화합물이 단순한 연쇄반응을 일으켜 3개의 주요 생분자들(핵산, 아미노산, 지질)을 만들었고, 이것들이 초기 생명체의 탄생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생명체의 탄생을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연구는 현대과학의 핵심 미스터리를 해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초기 지구에는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구성요소들을 모두 합성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져 있었다`는 시나리오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는데 있다"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잭 쇼스택 박사(분자생물학)는 논평했다. (쇼스택 박사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어떤 생분자들이 먼저 태어났느냐`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시나리오를 제각기 제안해 왔다. 예컨대 「RNA 세상 가설(RNA World hypothesis)」의 옹호자들은 "RNA가 생명탄생의 개척자였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즉, RNA가 유전정보를 운반하는 것은 기본이고, 단백질과 유사한 화학촉매로 작용하여 특정 반응을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사우선 가설(Metabolism-first hypothesis)」의 옹호자들은 "진보된 단백질기반 효소(protein-based enzymes)보다는 단순한 금속촉매(metal catalysts)가 유기적 구성요소(organic building blocks)의 수프를 만들었고, 이것들이 다른 생분자들을 탄생시켰을 것이다"라고 주장해 왔다.

「RNA 세상 가설」은 2009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존 서덜랜드 교수(화학)가 이끄는 연구진이 《Nature》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비교적 간단한 화합물(아세틸렌과 포름알데히드)이 연쇄반응을 거쳐 2개의 RNA 염기를 생성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459/n7244/full/nature08013.html). 이는 `RNA가 원시수프(primordial soup) 속에서 효소의 도움 없이 스스로 형성된 경로`를 제시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따지고 보면 아세틸렌과 포름알데히드 자체가 복잡한 분자"라고 지적하며, "그렇다면 아세틸렌과 포름알데히드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서덜랜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Nature Chemistry》 최신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그간의 논란을 잠재웠다. 연구진은 `아세틸렌이나 포름알데히드보다 훨씬 더 간단한 물질`에서 RNA가 합성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는데, 결국 "시안화수소(HCN), 황화수소(H2S), 자외선만 갖고서도 핵산의 전구물질을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핵산의 전구물질이 생성된 조건에서, 천연 아미노산과 지질을 생성하는데 필요한 출발줄질도 생성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번 연구는 생명체의 구성요소들을 동시에 생성하는 일련의 화학반응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초기 지구는 생분자의 생성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HCN은 혜성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지구사에 있어서 처음 수억 년 동안에는 혜성이 비오듯 쏟아졌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또한 혜성의 충돌은 수소, 탄소, 질소로부터 HCN이 합성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H2S, 자외선, 금속을 포함하는 미네랄은 초기 지구에 널려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자외선과 금속은 생분자의 합성반응을 촉진하는 촉매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상에서 설명한 생화학 반응들이 일어날 조건은 장소마다 조금씩 달랐을 것이므로(예: 각각 상이한 금속의 촉매를 필요로 함), 모든 반응들이 한 장소에서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각각 상이한 장소에서 생겨난 생분자들(예: 아미노산, 지질)은 어떻게 한 곳에서 만나 생명체를 탄생시켰을까? 이에 대해 UC 산타크루즈에서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이브 디머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빗물이 다양한 생분자들을 공공 수영장(common pool)으로 운반했을 것이다" (디머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과연 이 `공공 수영장`에서 생명의 싹이 피어났을까? 그 자세한 과정은 여전히 신비의 베일에 감춰져 있다. 그러나 생명탄생의 배경이 되는 아이디어와 화학적 설명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디머 교수는 덧붙였다. 쇼스택 박사도 디머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며 다음과 같이 여운을 남겼다. "연구진이 제기한 시나리오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당분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원문정보: John D. Sutherland et al. "Common origins of RNA, protein and lipid precursors in a cyanosulfidic protometabolism", Nature Chemistry (2015) doi:10.1038/nchem.2202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5/03/researchers-may-have-solved-origin-life-conund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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