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09-04-20 11:21:35 , Hit : 5201
 HIV-1이 Vpu를 매개로 하여 인간세포의 테터린(CD317)을 붕괴시키는 방법


KISTI 『글로벌동향브리핑(GTB)』 2009-04-18

  
포유류는 고전적인 선천성 및 후천성 면역반응 외에도,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별도의 기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제한인자(restriction factor)라고 한다. 세포가 보유하는 제한인자로는 먼저 Fv1 유전자(Friend virus susceptibility-1 gene)와 TRIM(tripartite interaction motif) 단백질을 들 수 있다. Fv1과 TRIM 단백질은 침입해 오는 역전사바이러스의 입자를 표적으로 하지만, TRIM 단백질 중 일부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전사나 바이러스 복제사이클의 후기단계를 저해하기도 한다. 두 번째 제한인자로는 APOBEC(apolipoprotein editing complex) 계열의 시티딘 탈아미노효소(cytidine deaminase)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은 바이러스의 게놈을 돌연변이시키거나 불안정화시킨다.(GTB2008100571) 이러한 제한인자들은 구성적으로(constitutively) 발현되지만, 종종 바이러스 감염에 반응하여 상향조절되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인간의 CD317(hCD317)이 새로운 제한인자로 대두되고 있는데, CD317은 완전히 성숙한 HIV의 입자가 감염된 세포를 떠나는 것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D317은 완전히 분화된 B세포, 골수 기질세포(bone marrow stromal cells), 형질세포양 수지세포(plasmacytoid DCs)의 표면에 구성적으로 발현되는 膜단백질이지만, 인터페론 알파로 자극할 경우 대부분의 세포에서 상향조절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D317은 바이러스 입자를 세포의 표면에 묶어두는(tether) 역할을 하기 때문에, 테터린(tetherin)이라고도 불린다. 더욱이 hCD317을 발현하는 인간세포는 성숙한 바이러스 입자를 세포 내의 CD63-양성구역(CD63-positive compartments)으로 이입(endocytosis)시키는 역할을 한다.註1)

한편 HIV-1은 인간숙주 안에서 복제를 도모하기 위한 기구를 진화시켰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숙주의 제한인자를 억제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예컨대 바이러스의 Vif(Virulence factor) 단백질은 세포의 APOBEC3G를 고갈시킴으로써 바이러스 입자가 APOBEC3G에 공격당하는 것을 막아 고감염성을 유지한다. 또한 HIV-1의 보조단백질인 Vpu와 다양한 외피당단백질(envelope glycoprotein)은 특정 인간세포(T세포, 대식세포)에서 제한인자의 방해를 극복하고 바이러스의 방출(viral release)을 성공시킨다. 따라서 Vpu가 hCD317의 방해공작을 이겨내는 과정은 과학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았다.註 2) 이와 관련하여 독일 하이델베르그대학의 연구진은 Cell Host & Microbe 4월 19일호에 실린 논문에서, HIV-1의 Vpu가 CD317을 무력화시키는 메커니즘을 밝혀내었다고 발표하였다. 연구진에 의하면, Vpu는 20S 프로테아좀(20S proteasome)을 경유하는 붕괴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인간의 CD317을 붕괴시킴으로써 CD317을 고갈시키며, 이러한 HIV-1의 작용은 인간에게만 적용되고 설치류에는 적용되지 않는 종특이적(species-specific) 특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연구진이 밝혀낸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Vpu는 hCD317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 둘째, Vpu 적정실험(titration studies) 결과, HIV의 방출이 성공하는 비율은 hCD317이 고갈되는 정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hCD317의 과잉발현은 Vpu를 발현하는 야생형 HIV-1의 방출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HIV-1의 hCD317 길항작용이 포화가능(saturable)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Vpu에 의해 유도되는 CD317의 붕괴과정에는 프로테아좀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프로테아좀 저해제(ALLN or clasto-lactacystin β-lactone)를 투여한 결과, Vpu는 CD317을 고갈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바이러스의 방출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넷째, Vpu2/6 돌연변이(Vpu의 세포질쪽 꼬리의 52번 56번 세린을 알라닌으로 대체한 돌연변이)는 hCD317을 고갈시키지도, 바이러스의 방출을 성공시키지도 못하였다. 따라서 Vpu의 기능을 결정하는 핵심 아미노산 잔기는 S52와 S56이다. 다섯째, Vpu를 발현하는 HIV-1에 감염된 T세포는 hCD317이 고갈되어 바이러스의 방출을 억제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설치류의 CD317은 Vpu에 의한 붕괴와 바이러스의 방출에 대해 저항성을 보였다. 이는 HIV-1의 Vpu를 매개로 하는 CD317 길항작용(Vpu-mediated antaginism of CD317)이 종특이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태초부터 바이러스와 숙주는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끊임없이 군비경쟁을 벌여 왔다. CD317과 Vpu는 HIV-1과 인간이 서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동시에 진화해 왔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한편 Vpu의 CD317 길항작용이 종특이적이라는 점은 HIV 감염의 소동물모델(small animal model)을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할 새로운 변수를 제시한다. 즉, 랫트의 경우 CD317이 Vpu에 의해 붕괴되지 않고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인간에 비해 세포로부터 방출되는 입자의 수가 적다. 따라서 랫트의 HIV 감염과정은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SOURCE: "HIV-1 Antagonism of CD317 Is Species Specific and Involves Vpu-Mediated Proteasomal Degradation of the Restriction Factor", Cell Host & Microbe, Volume 5, Issue 3, 285-297, 19 March 2009.


註 1) CD317(테터린)이 세포 밖으로 나가는 바이러스 입자를 결박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첨부그림 참조) CD317의 양끝은 닻(anchors)을 이용하여 세포막과 바이러스의 외피에 박혀 있다. 테터린의 중심부는 세포(또는 바이러스 입자)의 밖을 향하고 있어 다른 테터린의 중심부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따라서 HIV의 외피에 박힌 테터린과 숙주세포의 세포표면에 박힌 테터린이 서로 달라붙어 바이러스의 방출을 억제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그림의 b) 테터린은 세포의 세포내이입기구(endocytotic machinery)와도 상호작용하여, 결박된 바이러스를 세포 내로 다시 잡아들여 분해하는 데도 관여한다.(그림의 c)

註 2) Vpu가 CD317에 카운터펀치를 먹이는 방법을 암시하는 연구는 종전에도 발표되어 있었다. 예컨대 "카포시육종 바이러스(KSHV)가 CD317의 발현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힌 선행연구가 발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PLoS Pathogens 2, e107) KSHV의 경우 CD317을 감소시키는 데 관여하는 것은 K5라는 단백질인데, K5는 유비퀴틴이라는 분자태그를 단백질에 붙여 분해되도록 하는 작용을 하며, 인간 유비퀴틴리가아제(human ubiquitin ligases)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따라서 Vpu가 유비퀴틴리가아제를 사용하여 CD317을 제거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Vpu가 CD317을 분해시키지 않고 단지 위치만을 바꾼다(relocation)는 설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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