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09-06-17 08:41:26 , Hit : 5076
 암은 어떻게 뇌로 전이할까?


KISTI 『글로벌동향브리핑(GTB)』 2009-06-14

모든 암의 20%는 최종적으로 CNS로 전이된다. 전이성 뇌종양은 CNS의 악성종양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로, 뇌의 원발성 종양보다 10배나 많이 발생한다. 암이 뇌로 전이하고 나면 예후가 매우 불량해진다. 전이성 뇌종양환자는 최대한으로 치료해도 9개월(중앙값) 이상 생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암세포가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유난히 뇌에 잘 전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1889년 영국의 외과의사 파젯(Paget)이 제기한 `토양과 종자 가설`(soil and seed hypothesis)이다. 그는 전이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종자인 특정 암세포가 토양인 특정 장기(organ)에 대하여 친화성을 가짐으로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땅에 씨앗을 뿌려도 토양과 주위 환경에 따라 어떤 곳에는 풍요로운 열매가 열리지만 어떤 곳에서는 싹조차 피우지 못하는 것처럼, 신체에서도 종자(종양세포)가 토양(특정 장기)에 정착하여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위해서는 종자와 토양 간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자들은 파젯의 `토양과 종자 가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종양이 뇌를 특이적으로 지향하며 뇌 안의 특정 신경물질(neural substance)과 상호작용한다."는 궁색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이러한 종양의 신경친화성 증식(neurotropic growth)을 입증하는 in vivo 연구결과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많은 실험적 연구들은 전이성 암세포가 CNS 혈관의 외벽에 달라붙어 혈관을 무단점용(vascular cooption)하면서 성장한다는 관찰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관찰결과는 "암세포의 `토양`은 뉴런의 실질(parenchyma)이 아니라 뉴런을 둘러싼 혈관"이라는 새로운 가설을 탄생시켰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연구진은 암세포가 뇌로 전이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였다. 연구진은 다양한 종류의 암세포(인간과 마우스의 유방암세포, 흑색종세포, 림프종세포)를 대상으로, 이 암세포들이 뇌 안에 정착하여 증식하는 과정을 추적하였다. 그 결과 연구진은 전이성 암세포의 95%가 뇌신경이 아닌 뇌혈관의 벽에 달라붙어 증식하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암세포가 뇌혈관을 무단점용(無斷占用)함으로써 굳이 새로운 혈관을 만들지 않고서도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암세포가 뇌혈관을 확고히 점령하면, 더욱 큰 성장을 위해 뇌 안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심층분석을 통하여, 혈관의 기저막(VBM: vascular basement membrane)이 종양세포의 증식을 위한 활성기질(active substrate)로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VBM은 종양이 혈관을 만들기 이전에, 종양세포의 부착과 침투를 촉진하고 종양의 증식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종양세포의 β1 인테그린(β1 integrin)을 제거한 결과 종양세포가 VBM에 부착하는 것을 방해하고 전이의 확립과 증식을 억제할 수 있었다. 이는 인테그린이 암의 뇌전이를 막을 수 있는 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연구는 종양세포가 뇌로 전이하는 과정을 잘 설명해 준다. 더욱이 우리는 종양세포가 뇌혈관을 무단으로 점용하는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히고, 숙주의 신경혈관구조(neurovasculature)가 뇌전이의 핵심 파트너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번 연구는 치명적 뇌종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분자요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W. Shawn Carbonell1, Olaf Ansorge, Nicola Sibson, Ruth Muschel. The Vascular Basement Membrane as “Soil” in Brain Metastasis. PLoS One, 4(6): e5857 DOI: 10.1371/journal.pone.000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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