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5-10-06 15:32:07 , Hit : 812
 노벨 생리의학상 유감(有感)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5100060&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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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는 몇 명의 과학자들이 인체의 신비를 파헤치거나 암, 심장질환 등의 질병치료에 공헌했다는 이유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게 된다. 수상자는 짭짤한 상금을 받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평생 동안 연구비 걱정에서 해방된다는 것이다.

최근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특정 연구자들에게 상을 몰아준다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노벨상은 물론이고, 딕슨상, 라스커-드베이키상, 캐나다 개르드너상 등의 굵직굵직한 상을 수상한 사람들을 보면, 이미 학계에서 인정을 받은 데다 재정사정도 넉넉한 경우가 많아, 다른 과학자들에게 돌아갈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더욱 큰 문제점은, 이러한 상들이 `획기적인 것`을 강조함으로써 과학의 상호의존성을 도외시하거나 경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학문적 업적은 어느 정도 선행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과학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올해 라스커-드베이키 임상의학연구상을 수상한 제임스 P. 앨리슨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ont_cd=GT&record_no=257903). 그가 상을 받은 이유는 `암세포가 면역계의 공격을 회피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1990년 한 무리의 과학자들은 면역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하나 발견하여, 그것이 면역계를 자극할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앨리슨이 이끄는 연구팀과 제3의 연구팀은 그 단백질(CTLA-4)이 면역계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 제4의 연구팀은 그것이 면역계를 자극하기보다는 오히려 억제한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후에 앨리슨은 `CTLA-4를 항체로 차단할 경우 면역반응의 족쇄를 풀어, 많은 암세포들을 물리치는 것은 물론 암에 대한 면역력까지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앨리슨의 연구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많은 관련연구들이 없었다면 그의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앨리슨의 논문을 분석한 전문가들에 의하면, 5,700개 연구기관에 소속된 7,000명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100년 동안 집약되어 앨리슨의 업적이 탄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앨리슨 한 명이 공(功)을 독차지해도 된단 말인가?

설상가상으로 시상산업(prize industry)은 이미 명성을 획득한 소수의 엘리트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몰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지난 8년 동안 대학 교수와 연구자들에게 돌아간 연구비를 추적한 연구에 의하면, 기초의학 연구에 지원된 연구비 중 약 80%가 상위 20%에게 집중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과학계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보스들이 은퇴한 뒤에는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한단 말인가? 우리는 `이미 큰 일을 한 과학자`보다는 `미래에 큰 일을 할 과학자`들을 좀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한편 획기적인 것을 중시하는 시상관행은 "과학에서는 `재현`이나 `확증`보다는 `발견`이 더 중요하다"는 오해를 조장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최근 과학계는 재현성 위기(replication crisis)의 한복판에 서 있다. 거의 모든 의학논문들은 `유의하거나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보고하고 있지만, 많은 연구들이 결과 재현에 실패함으로써, 후속연구들마저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속연구에서 재현불가 판정을 받는 논문이 꾸준히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과학적 발견에는 운이 많이 개입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것은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상기념 연설에서 인정하는 사실이다). 탑저널에 실린 논문 중에서 `신약후보물질을 발견했다`고 보고한 논문 101편을 추적해 본 결과, FDA의 승인을 받아 신약으로 출시된 것은 5편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가장 유망해 보이는 연구조차도 신약출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창조적이고 끈질기고 열정적인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해당분야의 발달에 묵묵히 기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아, 언덕 너머에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언덕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길이 없다.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발견이, 몇 년 후 유사한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갑자기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생명과학이나 의학연구의 경우에는 더욱 어렵다. 생명과학자들은 인체의 생물학적 작동원리를 이해함과 동시에, 그것을 우리의 목적에 맞도록 조작해야 한다. 따라서 생명과학의 발달은 - 물리학과는 달리 - 순수이론이나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한 명의 과학자에게 거액의 상금을 몰아주는 것을 반대한다. 그래도 누군가를 뽑아서 상을 꼭 줘야겠다면, `엄청난 것을 발견한 과학자`보다는, `엄밀한 방법을 사용한 과학자`에게 주기로 하자. 여기서 `엄밀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많은 샘플, 대표성 있는 집단, 적절한 대조군, 이중맹검 등을 통해 바이어스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말한다. `엄청난 발견`은 신의 영역에 속하지만, `엄밀한 방법`은 인간의 영역에 속한다. 엄밀한 방법을 사용했다면 과학자의 사명을 다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아무리 위대한 과학자도 연구의 결과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큰 상을 고집할 게 아니라, 작은 상을 여러 개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 과학을 실제로 지원하는 데는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1회 브레이크스루상에서 3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던 수학자 테렌스 타오도 이 방법을 지지한다. 그는 주최측에 `여러 사람에게 상금을 나눠주자`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큰 상금을 개인에게 나눠줄 게 아니라, 과학을 실질적으로 발달시키는데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은 모두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과학자는, 연구의 결과에 상관없이 `올바른 실험설계`와 `진리추구`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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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nytimes.com/2015/10/03/opinion/the-folly-of-big-science-award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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