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4-06-06 11:38:07 , Hit : 2309
 항생제 내성세균의 대안으로 부활하고 있는 박테리오파지 요법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4060121&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6-06  

  
냉전 시대에 철의 장막(Iron Curtain)에 가려져 있던 환자들은 수십년 동안 서구에서 개발된 최고의 항생제 중 일부에 접근이 거부되었던 적이 있다. 이에 대응하여 - 꿩대신 닭이라고 - 구 소련은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 대신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s: 문자 그대로 세균을 죽이는 바이러스)에 집중투자했었다. 그 여파로 박테리오파지요법(phage therapy)은 아직도 러시아, 그루지아, 폴란드에서 성행하고 있지만, 그 이외의 곳에서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박테리오파지는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루지아 트빌리시 소재 엘리아바 연구소의 과학위원회 위원장인 므지아 쿠타테라드제 박사는 말했다. 엘리아바 연구소는 박테리오파지를 연구하고 있으며, 근 1세기 동안 이를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해 왔다.

이제 광범위한 항생제 내성세균의 등장에 따라, 서구의 과학자와 정부들은 박테리오파지를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미 국립 알러지/감염질환 연구소(NIAID: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는 박테리오파지 요법을 "항생제 내성과 싸우기 위한 7대 무기" 목록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지난달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미생물학회(ASM: 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연례회의에서, 스위스 로잔대학의 그레고리 레시 교수는 페이고번(Phagoburn)이라는 다기관 임상시험(multi-centre clinical trial)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페이고번은 EC(European Commission)의 지원을 받아, 박테리오파지 요법이 인간의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지를 타진할 방침이다.

"서구 사회가 그 동안 박테리오파지에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임상의들이 광범위항생제를 이용하여 미지의 감염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광범위항생제는 여러 가지 종류의 세균들을 살해하지만, 박테리오파지는 한 가지 세균만을 살해한다"고 텍사스 A&M 대학교의 라일런드 영 교수(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그러나 이제 과학자들은 그 동안의 접근방법이 잘못됐음을 인식하고, 특정 병원균을 정확히 겨냥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최후의 항생제(last-resort antibiotics)`로 알려진 카바페넴(carbapenem)에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함에 따라, "광범위 항생제를 이용하여 병원체는 물론 인체에 존재하는 우호적인 세균까지 싹쓸이할 경우, 항생제 내성세균이 창궐할 공간을 마련해 주는 꼴이 된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커다란 망치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도 미사일(guided missile)"이라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의 마이클 슈미트 교수(미생물학)는 말했다.

"특정 세균을 겨냥하는 박테리오파지를 발견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자연은 우리에게 거의 무제한의 박테리오파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금껏 발견된 박테리오파지 중 겹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영 교수는 말했다. "만일 세균이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세포 표면의 수용체를 버림으로써) 하나의 파지에 저항성을 띠게 되면, 바이러스 칵테일에 들어가는 파지의 양을 늘리면 그만이다. 우리는 8개월을 주기로 바이러스 칵테일을 업데이트하는데, 칵테일을 구성하는 파지의 정확한 조합을 반드시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쿠타테라드제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박테리오파지 요법이 아무리 쉽다 해도, 이것을 주먹구구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에 대해 페이고번을 이끄는 리더 중의 한 명인 레시 교수는 "박테리오파지 요법과 같은 `신속하게 진화하는 치료법`이 임상에 적용되려면, 그 이전에 보건당국의 규제방법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에 적용되는 규제방식을 파지 요법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함에 따라 매년 업데이트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U가 380억 유로(미화 520만 달러)의 거금을 들여 패이고번을 지원한다는 것은, EU가 박테리오파지 요법의 실시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뜻한다. 작년 9월부터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대장균이나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에 감염된 220명의 화상 환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연구진은 환자들에게 파지 제제(phage preparations)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파지 제제는 프랑스의 한 제약사(Pherecydes Pharma)가 만든 바이러스 칵테일인데, 이 회사는 하수구나 강물 등에서 발견되어 병원성 세균 살상능력을 검증받은 한 1,000가지 이상의 바이러스를 제품화하고 있다. 이 임상시험에서 환자들은 - 저항성이 생길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 10가지의 파지가 포함된 칵테일을 투여받게 된다. (이 파지들은 각각 다른 방법으로 세균의 세포에 침입한다.) 만일 파지 요법이 실패할 경우, 환자들은 표준 항생제 요법을 받게 된다.

이처럼 정부들이 앞장서서 파지 요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제약회사들은 아직 마뜩잖은 표정을 짓고 있다. 왜냐하면 파지 요법은 거의 1세기의 역사를 지니고 있어서, 한 업체가 지적 소유권을 주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신약개발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영 교수에 의하면, 2013년 미 대법원이 천연 유전자에 대한 특허출원을 불허함에 따라, 자연에서 분리된 파지에도 그 불똥이 튈 것이 뻔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페르시데스의 CEO인 제롬 가바르는 "우리는 특정 세균을 겨냥하는 파지의 결합비율이 특허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유전자조작을 통해 만든 파지는 특허 출원이 가능해 보인다. 지난달 열린 ASM 회의에서, MIT의 티모시 루 교수(합성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CRISPR(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하여 항생제 내성 세균만을 살해하는 파지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 파지는 세균에게 DNA를 주입하는데, 이 DNA는 세균의 세포 안에서 RNA로 전사된다. 만일 세균이 지닌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이 RNA와 일치한다면, Cas9라는 효소가 발현되어 세균의 DNA를 절단함으로써 세균을 살해하게 된다. 루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초기 실험에서, 특정 항생제에 대한 내성 유전자를 포함한 E. coli를 99% 이상 살해하는 반면, 항생제 감수성을 지닌 E. coli는 건드리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또한 이 파지를 E. cloi에 감염된 명나방 애벌레(waxworm)에게 투여한 결과, 애벌레의 생존율이 증가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현재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시작했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가바르는 파지 요법이 항생제를 대체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항생제 요법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편 유럽의 일부 환자들은 스스로 파지 요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쿠타테라드제 박사에 의하면, 점점 더 많은 환자들이 파지 요법을 받기 위해 그루지아로 오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유럽의 의사들 중 일부는 환자의 가검물을 채취하여 엘리아바 연구소에 보내 오는데, 엘리아바 연구소에서는 그에 알맞은 파지 칵테일을 조제하여 해당 의사에게 보내준다고 한다. "물에 빠진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라고 쿠타테라드제 박사는 말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페이고번의 진행상황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그들의 희망은 페이고번이 성공하여 파지 요법이 임상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파지 요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면, 임상시험 한 건이 대박을 터뜨려야 한다"고 루 교수는 말했다.

http://www.nature.com/news/phage-therapy-gets-revitalized-1.1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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