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4-12-04 14:04:57 , Hit : 1272
 술의 역사: 영장류가 진화한 것은 알코올 섭취능력 때문?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4120035&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12-04  
    

휴일이 낀 주말에 폭음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 적은 없는가? 인간의 음주 욕망은 알코올 분해능력과 더불어 자그마치 1,000만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의 영장류 조상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데 단서를 제공할 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이(심지어 한잔의 술을 마시고 싶은 욕망까지도)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끈질긴 연구를 통해 진화사의 매혹적인 스토리를 발굴해 냈다"라고 뉴멕시코 주립대학교의 브렌다 베네핏 교수(인류학)는 논평했다. (베네핏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인간은 에탄올을 대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적당한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더라도 탈이 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능력이 알코올탈수소효소(ADH4: alcohol dehydrogenase enzyme) 덕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ADH4는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하는 효소다. 비록 모든 영장류들이 ADH4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든 영장류가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여우원숭이(lemurs)나 개코원숭이가 가진 ADH4 버전은 인간의 것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과학자들은 지금껏 `인간이 얼마나 오래 전에 효과적인 ADH4 효소를 진화시켰는지`를 알지 못했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9,000년 전, 인간이 음식물을 발효시키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효과적인 ADH4 효소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을 뿐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스빌 소재 산타페 칼리지의 매튜 캐리건 교수(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19종의 현대 영장류를 대상으로 ADH4 단백질을 분석한 다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영장류 진화사의 상이한 시점에서 나타난 ADH4의 시퀀스를 추적했다. 그리고는 고대의 영장류에게서 발견된 상이한 유전자 버전들의 코드를 근거로 ADH4 단백질을 만들어, 에탄올 대사효과를 분석해 봤다. 그 결과 가장 오래된 ADH4(5,000만 년 전의 영장류에게서 발견됨)의 경우, 소량의 에탄올을 매우 느리게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000만 년 전의 영장류(인간, 침팬지, 고릴라의 공동조상)가 보유했던 ADH4는 이보다 40배나 우수한 알코올 대사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PNAS 12월 1일호(온라인판)에 기고했다.

"1,000만 년 전쯤에는 지구가 냉각되면서 식량원이 변했기 때문에, 우리의 영장류 조상들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지상의 생물들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새로운 생활방식은 `영장류가 최초로, 나무에 열린 과일을 따먹을 뿐만 아니라 땅바닥에 떨어진 과일도 주워먹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땅바닥에 떨어진 과일은 환경 속의 세균에 노출되어 당이 알코올로 전환되기 때문에, 에탄올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이때 새로운 버전의 ADH4를 보유하지 않은 영장류들은 혈중에 알코올이 신속히 축적되어 훨씬 빨리 취했을 것이다. 쉽게 취하면 몸에 탈이 나거나 영토방어와 먹이찾기에 지장을 주므로, 생존에 불리했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버전의 ADH4 유전자는 인간과 침팬지 계열의 영장류에게서 선택되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의 뇌가 쾌락경로(pleasure pathway)를 알코올 섭취와 연관시키도록 진화한 이유`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에탄올은 핵심적인 식량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알코올에 대한 탐닉은 다른 식품들에 대한 탐닉과 별로 다르지 않다. 알코올과 사탕이 도처에 널려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것들을 과잉섭취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알코올과 사탕이 풍부하게 존재하게 되면서, 인간의 뇌는 이것들을 과잉섭취하도록 프로그램된 것"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버전의 ADH4가 진화되어 온 과정을 밝힘으로써, 상이한 계열의 영장류가 등장한 시간과 장소를 밝히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영장류 조상이 1,000만 년 전부터 원숭이들과 다른 ADH4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오우라노피테쿠스(Ouranopithecus)를 둘러싼 대한 가설에 의문을 제기한다(http://www.sciencemag.org/content/327/5965/532.summary?sid=7340be85-1e0e-4143-bb72-69933b4686b8). 오우라노피테쿠스는 800만~900만 년 전의 화석에서 발견된 아시아의 유인원으로, 일각에서 `인간과 침팬지의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과도적 단계`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800만~900만 년 전이라면, 인간의 혈통이 계통발생도 상에서 아시아 유인원과 이미 분리되어 있던 때였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우라노피테쿠스는 ADH4의 효율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결과는 1,000만 년 전 영장류 사이에서 일어났던 판도변화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어떤 영장류는 육지에서 살고, 어떤 영장류는 나무 위에서 사는 이유가 뭔지를 궁금하게 여겨 왔다. 땅에 떨어져 발효된 과일을 먹을 수 있도록 적응한 영장류가 육상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설명은 매우 그럴듯하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 원문정보: Matthew A. Carrigan, "Hominids adapted to metabolize ethanol long before human-directed fermentation", Published online before print December 1, 2014, doi: 10.1073/pnas.1404167111, PNAS December 1, 2014.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12/ability-consume-alcohol-may-have-shaped-primate-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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