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4-05-27 08:26:42 , Hit : 2326
 흉선의 종양억제 과정에 작용하는 다윈주의(자연선택) 메커니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4050417&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5-27  
    
  
`인체의 세포가 다윈주의, 즉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경쟁한다`는 견해는 종전에도 여러 번 제시된 바 있다. 첫 번째로, 1881년 독일의 동물학자 빌헬름 루(Wilhelm Roux)는 "생물을 구성하는 세포들과 각 부분들(parts)은 배아발생 과정에서 생물의 몸체를 구성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스페인의 내과의사이자 세포학자인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on y Cajal)은 "신경세포(뉴런)들은 생존에 필요한 공간과 영양분을 놓고 경쟁적 투쟁(competitive struggle)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신경학자 리타 레비-몬탈치니(Rita Levi-Montalcini)가 성장인자(growth factor)를 발견하면서 라몬 이 카할의 생각은 학계의 지지를 받아, 신경영양이론(neurotrophic theory)으로 통합되었다. 신경영양이론의 골자는 "뉴런들은 제한된 양의 생존촉진인자(survival-promoting fac­tors)를 놓고 경쟁하며, 이 과정에서 적합성이 떨어지는 세포들(unfit cells)은 제거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14년 5월 22일 Nature에 기고한 논문에서 마틴스 등(Martins et al.)은 세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윈주의적 경쟁(Darwinian competition)의 또 다른 사례를 제시했다(참고 1). 이번 논문의 핵심내용은 "흉선(thymus) 안에서 벌어지는 세포들 간의 자연스러운 경쟁이 - 놀랍게도 - 강력한 종양억제 메커니즘(tumour-suppressor mechanism)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흉선은 면역계에서 전문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다. 흉강(thoracic cavity) 안에 위치한 흉선은 미성숙 백혈구의 일종인 미성숙 T 세포(naive T cells)를 수용하고 있는데, 이 미성숙 세포들은 흉선에서 훈련을 받아 성숙한 T세포(mature T cells)로 육성되어, 외계의 유해한 물질을 인식하는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그런데 흉선의 정상적 기능은 골수에서 유래하는 전구세포(bone-marrow-derived progeni­tors)의 꾸준한 공급에 의존한다(참고 2). 골수에서 유래하는 전구세포가 흉선에 도착하면, 기존에 흉선에 상주하고 있던 전구세포들(thymus-resident progenitors)을 대체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이다(첨부그림 1a 참고).

마틴스가 이끄는 연구진은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 연구의 내용은 "`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세포들`이 `서서히 증식하는 세포들`을 인식하여 제거하는데, 그 과정에서 세포외 인자(extracellular factors)를 독차지하려고 벌이는 경쟁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참고 3). 그런데 우연찮게도, 마틴스가 이끄는 연구진은 위에서 언급한 영양이론(trophic theories)에 흥미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으니(참고 4), 이번 연구는 `과학 발달은 랜덤워크(random walks)로 이루어진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어찌됐든 영양이론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세포들은 생존에 필요한 인자를 획득하기 경쟁(다윈주의적 경쟁)을 벌이는데, 그 결과 경쟁에서 탈락한 일부 세포집단은 제거된다."

연구진은 마우스를 대상으로 하여, 「골수 유래 전구세포」가 「흉선에 상주하는 전구세포」를 정상적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다윈주의적 경쟁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보기로 결정하고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결과, 두 세포의 교체 과정에는 혈구세포 생존인자(blood-cell survival factor)인 인터루킨-7(IL-7: interleukin-7)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 메커니즘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IL-7은 세포 내 생존촉진단백질(intracellular pro-survival protein)인 Bcl2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참고 5). 그런데 「흉선에 상주하는 전구세포」는 IL-7을 획득하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골수 유래 전구세포」가 존재하는 경우 Bcl2 활성이 저하된 「흉선에 상주하는 전구세포」는 사멸하게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의 두 번째(사실은 첫 번째보다 더 중요한) 의문은 "흉선에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것이었다. 달리 표현하면, 연구진의 의문은 "「골수 유래 전구세포」가 존재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였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진이 검색한 선행논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참고 6): "「골수 유래 전구세포」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흉선에 상주하는 전구세포」는 스스로 증식하여 T 세포를 생성함으로써 부족분을 보충한다." 그러나 직접 실험을 해 본 연구진은 깜짝 놀랐다. 연구진이 「골수 유래 전구세포」의 유입을 막자, 경쟁자가 없어진 「흉선 상주 전구세포」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종양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첨부그림 1b 참고).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흉선 상주 전구세포」의 돌연변이로 생겨난 종양의 형태가 여러 가지 면(예: 유전체의 변화형태, 유전자 전사 프로파일, Notch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서 T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T-ALL: T-cell acute lymphoblastic leukaemia)과 유사했다는 것이다. 이는 "「흉선 상주 전구세포」를 주기적으로 신선한 「골수 유래 전구세포」로 교체해 주려면 세포 간의 경쟁이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이 교란될 경우 흉선세포가 암세포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흉선의 암 예방을 위해 작동하는 흥미로운 다윈주의적 메커니즘을 기술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후속연구를 통해 추가로 밝혀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예컨대, 저자들이 발견한 바에 의하면 흉선의 세포들은 다른 장기의 세포들보다 종양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흉선의 환경이 암을 촉진하는 것일까, 아니면 전구세포들이 흉선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세포적·유전적 변화를 겪는 것일까? 아니면, 골수에서 흉선으로 이동하는 세포들에게 일종의 `유효기간`이라는 것이 있어, 이 기간이 지나면 악성화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앞에서 언급한 초파리 연구를 살펴보면, 영양이론만으로 세포간 경쟁을 설명하는 것은 불충분해 보인다. 즉, 초파리의 경우에는 (세포간 경쟁의 대상이 되는) 생존인자의 양이 부족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포막에 표시된 적합성 지문(fitness finger­prints)을 근거로 하여 적합성을 직접 비교하는 매혹적인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참고 7, 8). 만일 포유류에도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이 존재하여 세포들로 하여금 적합성 정보를 교환하게 한다면, 흉선 전구세포들은 - 굳이 생존인자가 희소하지 않더라도 - 적합성이 떨어지는 세포들을 탐지하여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델이 시사하는 것은 "IL-7 신호전달경로가 손상된 전구세포들은 적합성 지문을 변경함으로써 자신의 적합성을 주변 세포들에게 능동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마틴 등의 연구결과가 암 치료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T-ALL은 매우 공격적인 암으로, 일반적인 혈액암(B세포 림프종)보다 화학요법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 그러므로 세포 간 경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겨냥한다면, T세포 백혈병(T-cell leukaemia)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연구는 인간의 유전자요법에도 직접 응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세포간 경쟁」이라는 시나리오는 중증 복합면역결핍증(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의 유전자요법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증 복합면역결핍증의 유전자요법에서는 환자들에게 유전자변형 전구세포를 투여하는데, 이 세포들은 경쟁자가 없는 상황(골수유래 전구세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T 세포를 생성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의하면, 이처럼 세포 간 경쟁이 부재하는 상황에서는 종양 형성이 촉진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이번 연구는 세포 간 경쟁과 암 간의 관련성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다양한 후속연구들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참고 9, 10).

※ 참고문헌
1. Martins, V. C. et al. Nature http://dx.doi.org/10.1038/nature13317 (2014).
2. Frey, J. R., Ernst, B., Surh, C. D. & Sprent, J. J. Exp. Med. 175, 1067–1071 (1992).
3. Moreno, E., Basler, K. & Morata, G. Nature 416, 755–759 (2002).
4. Raff, M. C. Nature 356, 397–400 (1992).
5. Jiang, Q. et al. Mol. Cell. Biol. 24, 6501–6513 (2004).
6. Martins, V. C. et al. J. Exp. Med. 209, 1409–1417 (2012).
7. Rhiner, C. et al. Dev. Cell 18, 985–998 (2010).
8. Merino, M. M., Rhiner, C., Portela, M. & Moreno, E. Curr. Biol. 23, 1300–1309 (2013).
9. Patel, P. H. & Edgar, B. A. Semin. Cell Dev. Biol. http://dx.doi.org/10.1016/j.semcdb.2014.03.012 (2014).
10. Vincent, J.-P., Fletcher, A. G. & Baena-Lopez, L. A. Nature Rev. Mol. Cell Biol. 14, 581–591 (2013).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09/n7501/full/nature133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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