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4-04-16 16:47:26 , Hit : 1923
 트라우마의 추억 - 트라우마의 표지를 운반하는 정자의 miRNA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4040205&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4-16  

  
트라우마는 후손에게 대물림된다. 그것은 한 사람의 정신장애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삶 속에까지 깊숙이 스며든다. 예컨대 크메르 루즈의 집단학살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의 자녀는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호주 퇴역군인의 자녀들 역시 일반인들보다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트라우마의 영향력은 부분적으로 사회적 요인에 기인한다. 예컨대 그것은 `부모가 자녀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후성유전학적 표지(DNA 시퀀스를 변화시키지 않고 그 발현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적 변화)를 남기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이번 주 Nature Neuroscienc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마우스의 경우 인생 초기의 스트레스는 정자의 `마이크로 RNA(miRNA)`를 변화시켜 우울증 행동을 일으키며, 이러한 행동은 자손들에게도 나타나 대사과정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수컷의 정자가 환경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아버지의 역할은 `정자를 통해 자신의 게놈을 자녀에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자녀의 삶을 구성하는 전과정에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번 연구는 `정자의 miRNA에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가, 향후에 나타날 엄청난 후폭풍의 서막을 연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고 미국 웨인 주립대학의 스티븐 크라우에츠 교수(유전학)는 말했다. 크라우에츠 교수는 인간 정자의 miRNA를 연구하지만, 이번 연구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의 이사벨레 만수이 교수(신경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어미 마우스를 새끼들로부터 주기적으로 떼어놓은 다음, 차가운 물 속에 집어넣거나 물리적 제한을 가함으로써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시켰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매일 계속되었지만 불규칙적이어서, 어미는 새끼들(이후 F1 세대)과 헤어지기 전에 따뜻한 포옹을 통해 새끼들을 편안하게 해 주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수컷 새끼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새끼들은 우울증 행동을 보이고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나아가, 연구진이 그 수컷 새끼들의 정자를 분석한 결과, 5개의 miRNA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이 발현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5개의 miRNA 중에는 miR-375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스트레스와 대사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F1 수컷뿐만 아니라 F2 수컷까지도 우울증은 물론 비정상적 당대사(sugar metabolism)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F1과 F2는 혈액과 해마에서도 5가지 miRNA가 비정상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는 단기기억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반응에도 관여한다.) 수컷 새끼들의 행동장애는 F3에까지 지속되었다.

만에 하나, 스트레스의 영향력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 연구진은 F1의 정자에서 miRNA를 채취하여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마우스의 신선한 수정란`에 직접 주입해 보았다. 그랬더니 그 난자에서 태어난 마우스들은 상당한 수준의 우울증 행동과 대사장애 징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 행동은 다음 세대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해 아직 연구할 것이 많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연구진은 `스트레스가 정자의 miRNA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진이 생각하는 하나의 가능성은,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glucocorticoid receptors)를 통한 경로다.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는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수용체로, 정자에 발현되어 있다. 혈중의 스트레스호르몬이 고환으로 가서 이 수용체에 결합하고, 모종의 과정을 거쳐 정자의 miRNA를 변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껏 아무도 이 경로를 연구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것이 매우 흥미로운 경로라고 생각한다"고 캐나다 맥길 대학교의 세라 키민스 교수(후성유전학)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기된 수수께끼는 또 하나 있다. 크라우에츠 교수는 "F1의 스트레스 경험이 F2와 F3의 정자 속에 있는 miRNA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F2와 F3가 나타낸 비정상적 행위는 다른 후성학적 메커니즘(예: DNA 메틸화, 히스톤의 화학적 표시)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크라우에츠 교수는 현재로서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 원문정보: K. Gapp et al., "Implication of sperm RNAs in transgenerational inheritance of the effects of early trauma in mice", Nature Neurosci. http://dx.doi.org/10.1038/nn.3695; 2014.


miRNA of sperm.JPG

http://www.nature.com/news/sperm-rna-carries-marks-of-trauma-1.1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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