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2-08-01 10:23:41 , Hit : 3324
 세균을 이용하여 악성 뇌종양을 치료할 수 있을까?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2-08-01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세크라멘토의 지역언론인 세크라멘토 비(Sacramento Bee)에는 UC 데이비스에 소속된 두 명의 신경외과 의사에 대한 기사가 실렸는데, 이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UC 데이비스의 폴 무이젤라와 루돌프 쉬롯은 뇌종양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세 명의 말기암 환자를 병원성 세균에 감염시켰다. 그러나 세 명의 환자는 모두 사망했으며, 그중 두 명은 사망 전에 세균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증상을 보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보건당국은 두 의사에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금지시켰다." 이와 관련하여 Nature는 7월 27일 온라인 뉴스를 통해 이 사건의 진상이 무엇이며, 그 근저에 깔려 있는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를 소상히 밝혔다.

1. 이번 사건의 전모
세 명의 환자는 모두 세균감염에 동의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실험약(experimental drugs)의 효능을 테스트하고자 하는 연구자는 누구나 대학의 자체 심의위원회(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로부터 승인을 얻고, FDA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이 두 기관은 모두 안전성과 효능에 관한 증거를 검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UC 데이비스의 두 신경외과 의사는 이러한 승인절차를 밟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러한 승인의 필요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UC 데이비스의 연구담당 부총장인 해리스 르윈은 FDA에 제출한 해명서에서, 이번 사건을 `심각한 규정위반의 연속`이라고 인정했다.

2008년 무이젤라의 지도를 받아 연구를 수행하던 쉬롯은 FDA에 "특정 교모세포종(glioblastoma) 환자의 수술 수 상처(postoperative wound)를 Enterobacter aerogenes로 감염시켜도 되나요?"라는 내용의 질문서를 제출한 바 있다. FDA는 그에게 "임상시험에 앞서서 동물실험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회신을 보냈고, 무이젤라는 대학원생을 시켜 인간 대신 랫트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이 실험에 사용된 세균은 `동물 연구용`으로 구입되었지만, 결국 3명의 인간 뇌종양 환자에게 사용되었다.

2010년 쉬롯은 UC 데이비스의 IRB 위원장과 접촉하여 "한 명의 뇌종양 환자를 E. aerogenes에 감염시키려고 하는데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IRB의 위원장은 그것이 혁신적인 치료방법(innovative care)으로서, FDA의 승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연구의 진행과정에 대해 IRB의 심사를 받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쉬롯과 무이젤라는 IRB의 승인을 받지 않고 두 명의 환자를 더 감염시켰다. 이에 IRB의 위원장이 실험 중단을 요구하며 내부적인 조사에 착수하자, 5명의 환자를 더 감염시키기 위해 - IRB나 FDA가 아닌 - 특별 윤리위원회(ad hoc ethics committee)의 승인을 추진했다.

2. 뇌종양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교모세포종은 공격성이 강한 뇌종양으로, 방사선과 화학요법제를 이용해 치료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종양은 수술 후에 늘 재발하기 마련이어서, 교모세포종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50%는 진단 후 15개월 이내에 사망하며, 5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의 비율은 20명 중 한 명꼴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세균이 뇌종양을 무찌르는 메커니즘은?
"다양한 종류의 암에 걸린 환자들이 세균감염증에 걸렸다 회복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암세포도 자취를 감추었다"는 내용의 보고가 산발적으로 발표된 적이 있다. 아마도 세균감염에 반응하여 활성화된 백혈구가 세균과 악성세포를 동시에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미시시피 메디컬센터의 연구진은 4건의 사례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자료에 의하면 "세균감염과 뇌종양의 퇴행(regression)이 동시에 발생하여,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연구진이 세균의 정체를 추적한 결과, 환자 3명의 뇌조직에게서 E. aerogenes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4. 후속연구 결과는?
2004년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의 버트 보겔스타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암세포를 쥐와 토끼에게 도입하여 다량의 종양이 형성되도록 한 다음, 혐기성 세균인 Clostridium novyi-NT의 포자를 이 동물들에게 주입하였다. 그 결과 동물의 체내에서 강력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1/3의 동물에서 종양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2).

2011년에는 로마 가톨릭 대학교의 연구진이 2001~2008년 사이에 치료한 197명의 교모세포종 환자를 검사한 결과, 그중 10명의 환자가 수술 후 병원성 세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세균에 감염된 환자의 생존기간은 30개월(중앙값)인데 반해, 그렇지 않은 환자의 생존기간은 16개월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세균감염과 생존기간 간의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3).

2009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382명의 악성 뇌종양 환자들을 검토한 결과, 그중 18명이 세균 감염증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균에 감염된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다른 환자들보다 오랫동안 생존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4). 더욱 황당한 것은 연구진의 결론이었다. 연구진은 "세균에 감염된 환자가 오랫동안 생존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균감염이 환자의 생명을 살린 것이 아니라, 환자가 오래 살다 보니 세균감염증에 걸린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5. 임상시험 사례는?
면역반응이 암세포를 물리칠 수 있음을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는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이 임상시험들은 `살아 있는 세균`이 아닌 `치료용 백신`을 이용하여 실시되었다. 최초의 전립선암 치료용 백신인 프로벤지(Provenge)는 2010년에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실시될 예정인 임상시험 중에서 `백신을 이용한 교모세포종 치료법`에 대한 임상시험은 30여 건에 이른다. 그중에서 듀크 대학의 연구진이 신청한 임상시험의 내용을 보면, 환자들의 뇌 안에 약독화된 유전자변형 폴리오바이러스(weakened, engineered poliovirus)를 주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상당수의 다른 연구자들은 환자의 백혈구를 모아 암세포 특이적인 분자(cancer-specific molecules)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 설사 환자의 동의서를 받았다고 해도 - 정당한 승인절차 밟지 않은 임상시험으로, 그 성공여부에 관계 없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특정 병원체에 대한 면역반응이 암세포를 무찌를 수 있다"는 가설은 나름 설득력이 있으며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도 축적되어 있는 만큼,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심층적인 후속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참고문헌:
1. Bowles, A. P. & Perkins, E. Neurosurgery 44, 636?642 (1999).
2. Agrawal, N.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01, 15172?15177 (2004).
3. De Bonis, P. et al. Neurosurgery 69, 864?868 (2011).
4. Bohman, L. E. et al. Neurosurgery 64, 828?834 (2009).
출처 : http://www.nature.com/news/can-bacteria-fight-brain-cancer-1.1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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