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3-12-20 10:37:29 , Hit : 2320
 그림의 떡 - 한 알에 1,000달러짜리 C형간염 신약 소포스부비어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3120760&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12-20      
          
환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활동가들에게, 지난 12월 6일 미 FDA가 C형간염 신약을 승인한 것은 씁쓸한 뉴스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캘리포니아주 포스터시티 소재)가 개발하여 일찌감치 블록버스터 자리를 예약한 것으로 보이는 소포스부비어(Sofosbuvir)는, 현재 출시된 어떤 약물보다도 효과가 뛰어나다. 그것은 대부분의 C형간염 바이러스(HCV) 변종에 효과를 발휘하며, HCV를 가장 신속하고 안전하게 제거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다. 소포스부비어의 가격은 한 알에 1,000달러이며, 최소한 12주 동안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정작 소포스부비어를 필요로 하는 1억 명의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약값이 비싸 아무도 먹을 수 없다면, 효능이 아무리 좋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TAG(Treatment Action Group)의 활동가인 트레이시 스완은 말했다. TAG는 뉴욕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NGO로, 액트업(ACT UP: 정부의 에이즈 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단체)의 핵심세력으로서 거대 제약사들과의 싸움을 성공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스완은 간염환자 옹호단체들과 힘을 합쳐, "가난한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 싼 값에 소포스부비어를 판매해 달라"고 길리어드사에게 애원하고 있다. 그들은 지지부진했던 에이즈 관련 투쟁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초전박살의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에이즈 치료제의 경우, 수많은 시위와 소송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도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지만, 자그마치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많은 환자들에게 고통을 안겨 줬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우리는 15년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약가 인하를 원한다. 우리는 소포스부비어가 중저소득 국가의 C형간염 치료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 확신한다"고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으로 「필수의약품접근성 향상캠페인(Campaign for Access to Essential Medicines)」을 벌이고 있는 이사벨레 메이어-앙드리유(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임상의)는 말했다.

메이어-앙드리유에 의하면, 길리어드는 소포스부비어의 가격결정 전략으로 - 에이즈 치료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 차등가격제(differential pricing)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길리어드의 그레그 앨톤 부사장은 Science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약물의 접근성과 가격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를 희망하며, 이를 위해 환자권익 옹호단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방침이다. 많은 이들의 걱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 경제적 여력이 없는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 약물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나름 고충을 토로했다.

치명적 간경화와 간암을 일으킬 수 있는 HCV는 1억 3,000 ~ 1억 8,500만 명의 세계인을 감염시키고 있는데, 문제는 90%의 환자들이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첨부그림 참조). HCV는 주로 오염된 피를 수혈받거나, 마약 중독자들 간의 주사기 공유를 통해 전염되지만, 성접촉에 의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HCV에는 6가지 주요 변종이 있는데, 이것을 유전형(genotypes)이라고 한다. 그런데 각 유전형은 치료에 제각기 다르게 반응하므로,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2011년까지만 해도 C형간염의 유일한 치료법은 「인터페론 주사 + 리바비린 알약」으로 구성된 48주 요법이었는데, 이것은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일부 비특이적 항바이러스 효과를 발휘하기는 했지만, HCV를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게다가 종종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1형 HCV(미국 환자의 약 70%가 감염되어 있음)에 대한 치료율이 50%를 밑돌았으며, 인기도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HCV를 직접 공격하는 약물이 3가지 출시되어, 치료기간이 12~15주로 줄어들었지만, 이 약물들은 1형 HCV만 치료하도록 승인받았고, 일부 약물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데다가, 치료율이 고작 80%에 머물렀다.

길리어드의 소포스부비어는 HCV의 효소(폴리머레이스)를 무력화시켜,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한다. 소포스부비어는 1, 2, 4형 HCV에 대해 약 90%의 치료율을 보이며, 치료기간은 12주이고, 비교적 경미한 부작용을 나타낸다고 한다. (1형과 4형의 경우, 인터페론 주사와 병용함) 한편 소포스부비어는 리바비린과 함께 3형 HCV에 사용하도록 승인받았지만, 효과는 다소 떨어지며 치료기간도 24주로 길어진다.

길리어드는 소포스부비어의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2012년 1월 발표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뛰어난 효과가 입증되자, 길리어드는 112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소포스부비어의 원개발사를 인수했다. 그러나 메이어-앙드리유에 의하면, 선진국 환자들에게 제값을 받기만 해도 길리어드는 충분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110억 달러의 인수비용을 회수하는데 필요한 환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그녀는 말했다. 지난 11월 20일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Credit Suisse bank)이 발표한 <HCV 혁명>이라는 제목의 투자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 소포스부비어의 매출액은 선진국에서만 30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소포스부비어의 제조원가는 미미하다. 원재료 구입비, 화학합성 비용, 에이즈 치료제와의 구조적 유사성 등을 감안할 때, 환자 한 명을 12주 동안 치료하는데 드는 비용은 68~136달러에 불과하다"고 리버풀 대학교의 앤드루 힐 교수(약학)는 주장했다. 참고로 국경없는 의사회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에서 에이즈 환자 한 명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0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소포스부비어에 대항할 저가의 제네릭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또 다른 NGO는 인도의 특허법을 적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전략은 에이즈 치료제의 경우에 효과를 톡톡히 봤던 선례가 있다. 예컨대 지난 11월 21일, 미국의 법률 활동가 그룹인 I-MAK(Initiative for Medicines, Access & Knowledge)는 "소포스부비어가 기존에 특허를 받은 C형간염 치료제를 약간 변형한 것에 불과하므로, 신약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인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인도의 특허법은 오래된 과학지식이나 이미 일반화된 화합물에 대해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소포스부비어에 대한 특허가 인도에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것을 증명할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번 소송에서 승리한다면, 인도의 제네릭 제약회사들이 인도와 (길리어드의 특허가 인정되지 않는) 다른 지역들에서 저렴한 제네릭 약물들을 생산하여 배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I-MAK의 책임자인 타히르 아민은 말했다. 길리어드는 이 문제와 관련된 Science의 문의에 일체의 언급을 회피했다.

많은 이들은 소포스부비어가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는) 다른 C형간염 약물들과 함께 투여될 때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이어-앙드리유에 의하면, 국경없는 의사회는 다른 C형간염 치료제에 대해서도 차등가격제가 채택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며, 제약회사들을 설득하여 `모든 HCV 유전형을 한방에 물리칠 수 있는 통합제제(coformulation)`를 탄생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한다. "우리는 최고의 약물을 선택하여 결합함으로써, 거대 제약사의 독점전략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단기요법으로 모든 HCV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C형간염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약가인하의 여지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2주 만에 C형간염을 완치시키겠다는데, 치료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 C형간염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데이비드 토머스 박사는 말했다.


http://www.sciencemag.org/content/342/6164/1302.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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