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3-06-20 14:15:08 , Hit : 2921
 유전자 특허 불인정 판결의 후폭풍: 멘붕에 빠진 미 BT 업계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3060353&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06-20      
          
엘리자베스 차오가 지난주 앰브리 제네틱스(Ambry Genetics: 캘리포니아주 알리소 비에호에 있는 의학진단 키트 생산업체)에 출근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만드는 의학진단 키트의 출시를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이었다. 6월 13일, 미 대법원은 「인간 유전자에 대해 특허를 인정하는 30년간의 관행」을 깨는 판결을 내렸다. 그것은 유전학자이자 앰브리의 최고의료책임자(CMO: chief medical officer)인 차오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결과이기도 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환자의 승리다. 모든 환자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펄쩍펄쩍 뛰면서 환호성을 질렀다"고 그녀는 말했다.

한편 워싱턴 소재 수그루 마이온(Sughrue Mion: 세계적인 지적재산권 전문 로펌)의 특허 전문 변호사인 윌리엄 사이먼에게 있어서, 6월 13일은 좀 색다른 날이었다. 그는 흥분한 미국 BT 업계의 클라이언트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미 대법원의 판결은 인간 DNA에 한정되지만, 다른 생물체는 물론 단백질과 같은 분자, 심지어 중요 농산물에까지도 적용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건 한마디로 대혼란이었다.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라고 뇌까렸다"고 사이먼은 술회했다.

미 대법원의 판결은 미리어드 제네틱스가 보유하고 있었던 두 유방암 유전자(BRCA1, BRCA2)에 대한 특허권에 종지부를 찍었다. 솔트레이크 시티 소재 유전자검사 전문업체인 미리어드는 유전자 특허권에 대한 정서적 반감을 가진 사람들과 오랫동안 법정다툼을 벌여 왔다. 이번 판결을 통해 나타난 미 대법원의 첫 번째 관점은 분명하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인간 유전자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유전자검사 시장의 진입장벽이 무너져, 수많은 경쟁업체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 경우, 채산성이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첨부그림 참조).

하지만 이번 판결은 법원의 두 번째 관점, 즉 "변형된 DNA(modified DNA)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괴리가 있어, 많은 옵저버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왜냐하면 미리어드를 비롯한 유전자 특허 보유업체들은 "유전체로부터 특정 DNA를 분리해 내려면 유전자와 주변환경을 연결하는 화학결합을 끊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오랫동안 "유전체로부터 DNA 조각 하나를 따로 분리해 내는 행위만으로도 `특허출원에 필요한 변형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봐야 한다"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미 대법원과 많은 과학자들은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특허 전문 변호사들은 이제 "도대체 특허로 인정받으려면 어느 정도의 변형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놓고 머리를 쥐어뜯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인해, `특허 인정에 필요한 화학적 변화의 정도(amount of change)`라는 특이한 가변저항기(bizarre rheostat)가 탄생한 셈"이라고 사이먼은 말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된 혼란 중 일부는 합성 DNA(synthetic DNA)에 대한 미 대법원의 정의(定義)에서 유래한다. 법원은 `발명자에 의해 변형된 DNA(DNA that had been modified by the inventor)`를 지칭하기 위해 `합성 DNA`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또한, 상보적 DNA(cDNA: complementary DNA)라는 일종의 변형 DNA에 대한 특허권을 명확히 보호하고 있다. cDNA는 실험실에서 특정 효소(RNA 주형을 이용하여 DNA를 만들어내는 효소)를 이용하여 만들어지는데, cDNA에 대한 특허는 자연에 존재하는 유전자에 관한 특허보다 상업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cDNA는 자연 상태의 유전자보다 짧고 다루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RNA 주형에 특정 돌연변이가 존재할 경우, cDNA를 진단검사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 적어도 기지(旣知)의 유전자에 관한 한 - cDNA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cDNA를 만드는 과정은 너무나 뻔한 일어어서, 딱히 특허라고 주장할 만한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합성 DNA`를 `DNA의 개별 염기를 조립하여 하나의 주어진 시퀀스로 만드는 과정(이 과정에는 종종 장비가 사용되기도 함)에서 새로 탄생한 것`이라고 정의하는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정의에 입각한 합성 DNA가 천연 시쿼스를 정확히 복제했을 경우, 그에 대해 특허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짧은 합성 DNA(short stretches of synthetic DNA)에 관한 특허를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 합성 DNA들은 유전체에 특정 시퀀스가 들어 있는지를 알아내거나 특정 DNA 영역을 여러 번 복제할 때 사용된다"고 패트릭 월러(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로펌인 울프 그린필드 소속 변호사)는 말했다.

이상에서 언급한 쟁점들은 대법원의 판결 이유를 해석하여 현장에 적용해야 하는 하급심(lower courts)과 특허 검토자들의 골머리를 썩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 사실이 공표된 직후, 미 특허상표국(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의 앤드류 허시펠드 부국장은 "유전자에 대한 기존의 특허는 더 이상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적힌 메모 한 장을 유관기관들에게 전달했다. 이 메모는 특허상표국이 대법원의 판결을 반영하여 새로운 정책을 입안할 때까지 잠정적 지침(interim guidance)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허상표국이 미리어드 관련 판결을 엄격히 해석할 것임을 시사하는 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발명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방법을 채택해야 한다"라고 토마스 M. 쿨리 로스쿨의 데이비드 베리 교수(지적재산권法)는 말했다.

BT 업체들은 이미 자신들의 접근방법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이먼은 이제 클라이언트들에게 "특정 발명에 대해 특허출원을 하여 대외적으로 공표하기보다는, 대외에 누설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 `인간 DNA에 어느 정도의 변형을 가해야 특허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지침이 전혀 없어서, BT 업체들은 대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미리어드 관련 판결이 있은 후로, 나는 클라이언트들에게 `당신들이 특허 출원을 원하는 DNA나 단백질에 가능한 한 많은 변형을 가하여, 천연 DNA/단백질과 달라 보이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사이먼은 말했다.

【첨부그림 설명】 유전자 특허의 불확실성
미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리어드는 암(癌) 유전자 검사에 대해 500건 이상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을 안심시켜, 대법원에 의해 5건의 특허권이 폐기된 후에도 동사(同社)의 주가를 치솟게 하였다. 그러나 경쟁사들(앰브리 제네틱스와 퀘스트 다이어그노틱스)이 "우리도 자체적인 유방암 진단키트를 런칭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직후, 동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미리어드의 진단키트 가격은 4,000달러지만, 경쟁자들은 그 절반 가격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경쟁자들이 미리어드의 특허를 제한하기 위해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소송도 오래 끌 것이 분명한데, 그때가 되면 미리어드의 특허권은 어차피 휴지조각이 되고 말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변호사들은 "경쟁자들이 미리어드의 협소한 잔존 특허권(remaining narrow claims)을 회피하기 위해 새로운 진단키트를 설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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