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실험실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 2013-06-05 19:58:04 , Hit : 3278
 임자 있는 초원들쥐가 외간들쥐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유: 후성유전학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3060063&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06-05      
          
사랑은 힘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 뇌(腦)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으니 말이다, 적어도 초원들쥐(prairie vole)에게 있어서는... 과학자들은 처음으로 "동물의 짝짓기 행위가 염색체에 영구적인 화학적 변화(chemical modification)를 일으켜, 성생활과 일부일처제 행동(monogamous behaviour)을 주관하는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초원들쥐(학명: Microtus ochrogaster)는 오랫동안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와 내분비학자들의 관심을 끌어 왔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즉, 한 명의 배우자와 평생 동안 성관계를 맺는) 독특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초원들쥐가 부부의 연(緣)을 맺고, 새끼를 함께 양육하며, 공동으로 둥지를 짓는 모습은 인간의 짝짓기와 일부일처제 행동의 근저에 깔려 있는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데 좋은 모델로 간주되고 있다.

옥시토신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하나로, 자궁의 수축을 일으키거나 유선의 주위를 수축시켜 모유가 나오는 것을 촉진한다. 혈중에 방출되어 성적(性的) 행동이나 사회성에 관여한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포유류에서는 다른 개체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져 「신뢰 호르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초원들쥐를 대상으로 실시된 선행연구에서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암수의 유대관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혼(旣婚)의 초원들쥐들은 미혼(未婚)의 초원들쥐들보다 옥시토신/바소프레신 수용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초원들쥐의 사촌뻘로 99%의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난교(亂交)를 일삼는 산악들쥐(montane vole)에게 초원들쥐의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유전자를 도입한 결과, 그들도 사촌들(초원들쥐)과 마찬가지로 `성실한 남편`, `조신한 아내`로 돌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동물계에서는 특정 행동이 동물의 신경생물학(neurobiology)을 변화시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데,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메커니즘의 근저에 후성학적 변화(epigenetic changes)가 도사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후성학적 변화란 유전자 코드의 변화(돌연변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염색체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모하메드 카바즈 박사(신경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초원들쥐의 부부관계에 후성학적 요인이 관여하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 6시간 동안 함께 있었지만 성관계는 맺지 않은` 들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하였다. 연구진은 들쥐의 뇌에 있는 측좌핵(nucleus accumbens: 보상과 쾌락의 강화에 관여하는 영역)이라는 부분에 약물을 주입하였다. 연구진이 사용한 약물은 「히스톤탈아세틸화제(HDA)」라는 효소를 차단하는 약물인데, HDA는 DNA 가닥을 얼레(히스톤 단백질)에 단단히 감아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HDA 저해제를 주입받은 처녀 총각 들쥐들은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 수용체를 코딩하는 유전자의 전사(transcription)가 증가하였고, 그 결과 이 들쥐들의 뇌에는 다량의 바소프레신/옥시토신 수용체가 발현되어, 암수의 금실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짝짓기를 마친 들쥐들은 - 굳이 약물을 주입받지 않아도 - 이미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 수용체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의 연구결과들은 "유전자 활성과 암수의 유대관계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초원들쥐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는, 암수의 교미가 뇌의 측좌핵에서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파트너 선호도(partner preference)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까지만 밝혀졌다. 그런데 우리는 약물(HDA 저해제)을 이용하여 이와 동일한 현상을 유도함으로써, 그 근저에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약물주입 하나만으로는 들쥐의 파트너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약물 하나만 갖고서는 이러한 분자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요소, 즉 상황(context)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약물 + 6시간의 동거」가 부부 간의 금실을 이끌어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나도 몇 년 전부터 꼭 해 보고 싶었던 연구다. 나는 암수의 교미 행위가 신경펩타이드의 분비를 유도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효과가 평생 동안 지속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의하면, 양자(兩者) 사이에는 후성학적 변화가 개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연구는 `들쥐 부부의 교미 행위가 후성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이것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행동변화(일부일처제)로 이어진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미 국립 정신건강연구소의 토머스 인셀 박사는 논평했다.

"이번 연구는 `부부간 유대관계에의 이면에는 후성학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나도 이것을 찾아내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고 에모리대학교에서 초원들쥐의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알레인 키보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후성학적 요인이 인간의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즉, 연구진은 "후성학적 변화가 결혼과 일부일처제라는 행위를 넘어, 인간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예: 자폐증, 정신분열증)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계속 연구를 진행할 생각이다.

※ 원문정보: Wang, H., Duclot, F., Liu, Y., Wang, Z. & Kabbaj, M., "Histone deacetylase inhibitors facilitate partner preference formation in female prairie voles", Nature Neurosci. http://dx.doi.org/10.1038/nn.3420 (2013).

http://www.nature.com/news/gene-switches-make-prairie-voles-fall-in-love-1.1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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