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노이드(retinoids)가 어떤 기작을 통해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규명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 다트머스의대(Dartmouth Medical School) 과학자들이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학술지“생화학지(J. of Biological Chemistry)”, 11월 7일자(278권, 45호, 43889-43892)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의 요지는 RIP140이란 레티노이드 수용체 억제 단백질(retinoid receptor inhibitory protein)이 레티노이드의 항암 효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다. 레티노이드는 비타민 A의 유도체로 레티노이드 수용체라는 일군의 단백질의 활성을 유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수용체 단백질들은 다시 레티노이드 표적 유전자(retinoid target genes)를 증가시키는 기능을 갖는데, RIP140이 바로 이 표적 단백질들 가운데 하나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RIP140 단백질이 레티노이드 수용체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레티노이드는 암 세포를 분화시키거나 종양 성장을 둔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RIP140 단백질이 이 같은 레티노이드의 효능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항암 효과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RIP140 단백질이 제거되면 암 세포의 성장은 레티노이드에 의해 빠른 속도로 억제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RIP140 단백질이 존재하면 이 효과는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빚는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레티노이드에 의해 발현되는 항암 유전자들의 활성도 RIP140 단백질의 존재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티노이드가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은 이미 임상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백혈병을 비롯해 여러 고형암(solid cancer)에 대한 치료 및 예방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기작을 통해 이런 효과가 유도되는가는 명확히 규명되지 못한 형편이었다. 이번 연구 성과의 의의를 이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레티노이드가 암이 정상적인 세포와 매우 유사하게 성장하고, 분화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는 종양 세포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세포와 암 세포 사이에 무차별적인 공격이 항암제로 인해 진행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레티노이드의 항암 기작은 이 같은 항암제 부작용을 동반할 염려가 전혀 없기 때문에 치료 방법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암 학회(American Cancer Society)와 방위성(Department of Defense)으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