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가 변할 경우 암 세포의 확산을 유도할 수 있는 단백질이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동정됐다. 연구 결과는 영국의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 속보판, 2004년 12월 24일자(doi:10.1038/nature02281)에 소개됐다.
연구 결과의 요지는 빈큐린(vinculin)의 3차원 구조가 변함에 따라 질병이 촉발되거나 또는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내용은 빈큐린 단백질의 구조가 약간만 변하더라도 단백질 기능은 매우 큰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빈큐린 단백질을 활성태에서 불활성태 상태로 번갈아 변화시키면 세포의 운동 상태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빈큐린 단백질의 기능은 발달 중인 배아(embryo)의 세포조직이나 기관(organ) 내에서 세포에 운동성을 부여하고 상처 치료를 가속시키는 것이다. 또한 암 세포가 종양에서 이탈해 다른 세포 조직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조절하는 기작에도 빈큐린 단백질이 관여한다.
이번 연구 성과의 의의는 암 세포 전이(metastasis)를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기술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다. 암에 의한 사망이 주로 암 전이에 의해 야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기술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응용과학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기초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사람의 몸에서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의 수는 3만 가지에서 4만 가지로 추정된다. 이로부터 같은 수의 단백질이 발현된다고 할 때 인체의 복잡한 대사 과정을 조절하고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종류가 과학적으로 볼 때 너무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하나의 단백질이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전제할 경우 이 의문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는 빈큐린 단백질의 동정으로부터 단백질 다능성(versatility)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동정된 빈큐린의 구조는 일련의 나선형 원통이 실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양에 비유될 수 있다. 3차원 구조 변화는 하나의 원통이 이동하면서 진행하는데, 마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과 흡사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가 유도되려면 탈린(talin)과 액티닌(actinin)이란 또 다른 두 종의 단백질이 빈큐린의 원통 머리 부분에 결합해야 한다. 이 같은 결합을 통해 본격적인 단백질의 3차 구조 변화가 유도된다.
